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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영화에 어울릴 법한 아이디어에서 잉태된 영화다. 허무하다는 평들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간도 얼마되지 않고 외계인 표현도 매우 절제돼 있다. 게다가 배우도 많이 안 나오고 그런 상황에서 꽤 비중있는 단역으로 감독 자신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만든 저예산 소품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IMDB 를 뒤져보니 추정예산이  $72,000,000 (estimated) 이나 된다 !! 다음 작품이었던 빌리지(2004)는 $60,000,000 (estimated), 전작이었던 언브레이커블(2000) $75,000,000 (estimated), 식스센스(1999)는 $40,000,000 (estimated) 였다. 2000년대 초반 헐리우드 평균 제작비가 7000만달러 정도라니 딱 평균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그 돈 다 어디에 쓴 거지?

그렇다고 영화가 막 구리지는 않다. 로우앵글로 화면 가까이(속칭: 대마이)의 무언가를 향해 시선을 주거나 조심스레 다가오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미지의 대상을 향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방식도 멋지진 않지만 충분히 납득가능하다. 딸 아이의 오염된 물에 대한 강박도 자연스럽게 영화 전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녹여낸 것도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죽기 직전 아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헛소리가 훗날 닥칠 위기의 상황을 타개할 신탁처럼 작용한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관객을 허무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게다가 그게 '야구빠따를 휘둘러라'라니!

리뷰를 쓰다보니 보고 난 직후보다 더 별로인 영화라는 감상이 진해진다. 확실히 영화에 어울리는 이야기 더 적합한 이야기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