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고 사거리에서 지나가는 마을 버스를 쳐다보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림과 같은 복장의 여자 기사님이 핸들을 잡고 계셨기 때문이다. 

요즘은 심심찮게 여자 기사님들을 볼 수 있지만 대체로 숏커트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거나 옷도남자 기사님들과 차이 없이 입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도로 위의 여성 운전자들은 쉽게 무시당하고 같은 실수를 해도 더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보니 고육지책으로 척 보기엔 성별구분이 쉽지 않도록 연출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니면 본디 성향이 터프하고 남성적이어서 버스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자연스레 패션도 그런 쪽을 선호하실 확률이 높다. 


그런데 오늘 본 저 기사님의 복장은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지게 여성스러워서...난 드라마에서 말고는 저런 복장을 실제로 본 게 처음이다. 꽃받침처럼 목둘레를 감싸고 있는 레이스 카라하며, 어깨부터 가슴께에 펼쳐진 하얀...저걸 뭐라해야되지? 게다가 쇄골 가운데 위치한 호박같은 붉은 장식 포인트까지. 빨리 종점찍고 아들내미 상견례 자리라도 나가실 듯한 우아함을 갖추셨더랬다. 다음에 또 만나면 도촬이라도 해서 사진을 남기고 싶다. 


머니볼, 베넷 밀러, 2011


이 정도 영화를 두고 '그저 그런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할리우드를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게 아닐까. 이야기가 완결되지 못한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탓이다. 완전히 재구성하기에는 실제 사건이 너무 최근의 일이라는 점과 너무 많은 목격자가 있다는 점들이 분명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차라리 모티브만 따오고 완전히 새롭게 이야기를 쓰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딸의 에피소드가 전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 작위적으로 보였고 눈물 가득한 브래드 피트의 눈동자 클로즈업 엔딩은 최악이었다. 거짓, 억지, 강요...이런 느낌을 주는 엔딩이다. 


2010년 9월 12일 마창대교 위에 있는 8대의 CCTV 중 하나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녹화됐다. 승용차를 타고 온 한 남자가 자신의 어린 아들과 다리 난간에 잠시 서 있다가 아들을 먼저 밀고는 곧이어 자신도 뛰어내렸다. 마창대교의 높이는 64m 다. 


1년전 기사를 볼 당시에는 "열한 살 난 아들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난간을 넘었다" 는 문장을 본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검색하면서 찾은 기사들에는 저 내용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 멋대로 만들어낸 문장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