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튼, 1955

1.
로버트 미첨이 연기한 해리의 캐릭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선교사로 위장한 결혼사기강도쯤 되는데 저 위장이 허투루 껍데기만 뒤집어 쓴 그런 위장이 아니라 뼛속까지 자기는 선교사인데 그 방향이 좀 삐뚤어진 인간. 그래서 남들이 볼 때는 절대 선교사일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위장이다. 위험한 인간의 대표주자(우리 각하 생각나더라;;). 근데 또 섹스는 오로지 출산 목적 이외에는 허용치 않는 인간이라 의외로 여자들에게 쉽게 어필한다. '저인 딴 남자들과 좀 달라~'류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지. 게다가 풍채좋고 미남이다(이건 각하랑 완전 다름!!).

2.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어린 남매의 아버지가 큰 돈을 훔치고 집에 온다. 허겁지겁 돈을 숨기고 아이들에게 비밀을 지킬것과 아들에게 동생을 보살필 것을 맹세시킨후 곧 들이닥친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간다. 감옥에서 아이들의 아버지는 해리를 만나고 해리는 남매의 아버지가 큰 돈을 숨겨놨음을 알게된다. 출옥한 해리는 두 남매의 어머니 윌라를 꼬셔서 결혼하고 돈을 찾기 위해 아이들을 다그친다. 그 와중에 윌라에게 자신의 정체를 발각당한 해리는 윌라를 살해하고 강바닥에 차와 함께 그녀를 처박는다.
아이들은 작은 보트를 타고 어머니가 잠든 강을 따라 하류로 하류로 구걸을 하고 노숙을 하며 떠내려간다. 해리는 말을 타고 육로로 이들을 쫓는다. 강 하류의 어느 기슭에서 부모없는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아줌마(Lillian Gish)를 만나 그녀의 집에 정착한다. 
해리는 이 아줌마가 맡아 키우는 아이들 중 가장 큰 소녀를 꼬드겨 남매가 있는 곳을 확인하고 집으로 쳐들어 온다. 하지만 용감한 아줌마는 장총으로 응사한다. 총에 맞은 해리는 헛간에 숨지만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 체포되고, 남매의 오빠는 아버지가 잡혀가는 기시감 때문인지 해리의 곁에 주저 앉아 울부짖는다. 

3.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은 물론 쫓기는 아이들과 쫓는 악한이 만들어 내는 스릴. 그리고 해리 캐릭터가 주는 기괴함과 독특함. 해리를 좋아하는 어린 동생의 순진한 마음과 그것을 막아 아버지의 비밀을 지키려는 오빠 소년의 의지가 또 다른 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4.
전체적인 미술이나 세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독일표현주의. 콘트라스트 강하고 천정 높고 사선의 건물라인. 추가로 이 영화에서 꼭 언급하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은 남매가 강을 따라 도망치는 시퀀스에서 드러나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장면들이다. 강기슭에 커다란 두꺼비가 이들을 지켜보고 밝고 둥근 달빛에 반짝이는 꽃가루가 흩날리는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작은 배위의 남루한 남매는 동화 속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시퀀스가 긴장감을 잠시 유예시키며 또 이 모든 상황이 악몽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년의 마음을 헤아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