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영화다. 많은 걸 품고 있다.

이동진의 리뷰를 보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이 '남겨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는 말에 무릎을 탁 쳤다. 남편을 사별한 <환상의 빛>의 여주인공과 <걸어도...>의 여주인공(?)을 설피 엮어서 <걸어도..>가 <환상..>의 후일담 중 일부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게 실은 감독의 전작을 꿰뚫는 굵은 주제의 한 파편이었던 것이다.   

아들을 죽게 한 젊은이를 제사 때마다 불러 고통스럽게 만드는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한다는 어머니의 섬뜩한 얼굴에 우리는 이 영화의 방점이 찍혀있음을 안다. 어머니는 뜨개질을 하면서 스모선수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우스꽝스런 표정을 잔뜩 지은 바로 직후에 저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어머니의 옆 얼굴 숏에서 조명은 의도적으로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잔뜩 묻혀놨다. 조명과 직전의 우스꽝스런 분위기가 섬뜩함을 배가시킨다. 

기타노 다케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딴거 누구 보는 사람만 없으면 어디 갖다 버리고 싶다고..." 그게 '가족' 이다. 어쩔 수 없고 어쩔 수 없고 또 어쩔 수 없는 것들로 짓뭉개져 이제 도려내는 수밖에 거기서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러니 섭섭해 하지 마세요, 섭섭해 하지 말게나. 이 말 밖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