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갈로, 2003

"입안에서 피맛이나"
-김현중, <MBC우리결혼했어요>

 2009년 신년 벽두에 내가 처음 본 영화인 <브라운 버니>는 비릿하다. 이 영화는 미괄식 문장처럼 마지막 시퀀스에 방점이 찍혀있으며 어떤 면에서 보면 <식스센스>같은 반전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구성은 치밀하게 조직되어 마지막 시퀀스를 향해 일방통행으로 에너지를 집중하기보다는 짐짓 아닌 척 멀리 돌아 목적지로 향하는 시간 많은 장기 여행자처럼 무던무던하게 황량한 미국 대륙을 훑는다.

그 무덤덤함이 이 비릿한 끝맛의 비법인듯. 처연하게 우는 남자의 웅크린 몸이 곧게 뻗은 도로위에 오버랩된다.

이 영화는 현장스텝은 총 6명으로 만들어진 듯 하다. 빈센트 갈로는 감독, 각본, 주연, 편집 등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6명이 만든 장편 영화라... 늘 그렇듯이 '정말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보다는 만드는 과정이 매력적인 영화가 더 영감을 준다. 그 '과정'의 아우라가 영화의 매순간에 드러나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