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적인 두 개의 에피소드. 


1. 

마을을 도적떼로부터 보호할 목적으로 모집된 사무라이들이 마을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인사는 커녕 모두 집에 숨어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사무라이들이 마을 여자들을 범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뜻밖의 박대에 사무라이들은 언짢고 당황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목숨을 거는데 대한 정당한 보수도 받지 못하고 오직 농민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동정과 의로운 마음으로 참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촌장이 두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의 삶을 얘기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사과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을 어떻게 해소시켜야 하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


2. 

전쟁을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면서 마을에 숨겨져 있던 갑옷과 무기가 무더기로 발견된다. 사무라이들은 진노한다. 농민들이 패잔병들을 습격하여 그들을 죽이고 빼앗은 전리품인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무라이 사냥을 한 농민들에 대한 분노로 사무라이들은 과연 이 마을을 도와야 하는가를 되묻게 된다


3. 

두 사건은 공히 키쿠지요라는 디오니소스적인 인물에 의해 해결된다. 키쿠지요는 사무라이 행세를 하며 다니지만 실은 어디선가 얻은 사무라이 가문의 족보와 검을 들고 다닐뿐 사무라이가 아니다. 키쿠지요라는 이름도 들고 다니던 족보에서 얻은 이름이고 본명도 모르는 천애고아다. 덥수룩한 수염과 강한 인상이 산적을 연상시키는 이 남자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생각보단 행동이 앞서는 타입이다. 


첫번째 사건에서 그는 도적이 침입할때 울리는 경보를 울려 혼비백산한 마을 주민들이 사무라이들에게 자발적으로 달려오게 만들어 갈등을 해소시킨다. 두번째 사건에서는 화가 난 사무라이들 앞에서 광기어린 열변을 토한다. 이 농민들은 비열하고 역겨운 살인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너희 사무라이들의 수탈과 압제 때문이라고 외치면서 울분에 휩싸여 오열한다. 영화에서 키쿠지요는 두 번 오열하는데 한 번은 바로 이 열변을 토한 직후이고 두번째는 도적떼와의 전투에서 부모가 모두 죽은 어린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그 아이와 자신의 삶이 꼭 같았기 때문이다. 사무라이들은 키쿠지요의 열변에 다시 마음을 돌린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사무라이가 됐(?)기 때문에 키쿠지요가 사무라이들과 농민들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망나니 같은 캐릭터 탓에 옳은 말을 열변을 토하며 해도 오글거리지 않는 장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