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여쁜 처자와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위에 올라 타 있었는데 가느다란 팔로 가슴을 가리고는 꺄르르 웃었다. 그녀가 내려간 뒤 난 그녀 뒤편의 창문으로 건너편 집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중년 여자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천장 가까이에 서 있었다. 너무 키가 커 보여서 궁금한 마음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중년여자는 키가 큰 것이 아니라 밧줄로 목이 매인 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덩치가 매우 큰 남자가 어린 소년의 목을 역시 밧줄로 조르고 있었다. 아이는 발버둥치고 있었지만 엄청난 완력의 남자 앞에 무기력해보였다. 이 장면을 목격한 순간,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행여 들킬까 창문 아래로 몸을 숨겼다. 아직도 방실방실 웃고 있는 어여쁜 처자를 창문에서 멀찌감치 밀쳐놓고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건너편을 바라보니 이번엔 사내가 우뚝 서서 목을 조르던 소년의 이마에 기다란 장총의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하고 있었다. 숨이 턱 막힐듯한 공포에 몸을 떨며 꿈에서 깼다. 너무나 생생한 두려움과 이게 다 꿈이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 나와 섹스를 하던 어여쁜 처자가 소시의 윤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대체 왜 이 꿈의 방점은 섹스가 아니라 건너편 집의 끔찍한 사건 현장에 찍혔단 말인가. 이 꿈은 왜 이렇게도 잔인하게 구성되어야만 했을까. 난 꿈을 꾸면서 한 번, 꿈을 꾸고 나서 또 한 번 치를 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