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모어 두상들 사이에서 아찔한 추격전을 벌이는데 보고 있는 내 다리가 휘청거렸다. 요새 몸이 허하긴 허한가보다. 또 어릴 때 주말의 명화로 이 영화 보면서 아부지가 자기 영화에 슬쩍슬쩍 등장하는 히치콕의 깜찍한 습성에 대해 설명해 주셨던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기름 잘 친 매끄러운 기계처럼 술술 풀리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또 어찌보면 설렁설렁 버릴 건 버리고 핵심만 간단히 챙겨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숙련공이 어깨에 힘 빼고 먼산 보면서 툭 툭 끊어쳐서 만든 작품 같달까.
음..히치콕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평전도 1,400쪽 정도 되는(트뤼포는 약 800쪽 정돈데)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인데, 한마디로 거대한 물꼬를 텄지. 당연히 오늘날의 영화들에도 그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고 그래서 브레송처럼 '요런게 있네!'하는 발견의 감흥은 별로 없다. 그게 아쉽다면 아쉽달까. 비유하자면 교과서 같은 거다. 필히 봐야 되고 누구나 보긴 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꼽히지는 않는 느낌? 난 교과서 제일 재밌지 않았거든. 그래도 이 영화에 드러난 똘끼 충만한 장난스러움은 참 마음에 든다. 특히 마지막에 터널로 힘차게 삽입되는 기차 같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