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마지막엔 이런 순간이 오네요."



"아저씨한테 그동안 마음에 담아놓은 말들, 꼭 한 번 마음껏 하고 싶었는데"



"이루어져서 행복해요."





"앞으로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늘 지금 이 순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 와가나요?"
"...어."
"아쉽네요."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어?"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박제된 종결. 세경이 여기서 살아남아 타히티에 갔다면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만났을까. 열심히 올라봤자 내 밑에 누군가 또 있을게 뻔한 신분의 사다리. 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아픈 사랑. 이 시퍼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동안 묵묵히 고단한 삶을 살아온 세경에게 연출자가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이 바로 이 엔딩이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차 안에서 하는 세경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지훈의 붉게 충혈된 눈에서 감정이 고조되고, 이 둘을 추억하는 3년 뒤의 준혁과 정음에게서 슬픔을 공감하게 되듯이 이별은 오롯이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모든 이별은 결국 노스텔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