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BS에서 툰드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지난 주에 중간부터 보면서 흥미로웠는데 오늘 또 2부가 방송하는 걸 보게 됐다. 오늘 방송분의 주제는 툰두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이었다. 여섯살 일곱살의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어른 못지 않게 순록을 몰고 자기 몸뚱아리 만한 물고기를 운반하고 장작을 다듬고 살아가고 있었다. 일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고 이래라 저래라 어른들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측면도 있었다.
툰드라 사람들의 인터뷰에 간혹 "우리는 어떻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외부와의 접촉이 어느 정도이길래 도시 사람들과 자신들을 비교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접촉의 정도가 궁금했는데 끝까지 보면서 그 의문이 해소됐다. 툰드라 아이들은 6세부터 16세까지 도시의 학교로 반드시 의무교육을 받게 돼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툰드라의 자연을 벗어나보지 못했을법한 사람들이 실은 10년간의 도시 생활을 어느 정도는 경험했던 것이다.
배신감이 조금 들었지만 동시에 그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난 이 사람들의 삶의 몇 장면을 편안하고 따뜻한 방에 앉아 티비로 보면서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미 이 생활에 몸과 마음이 젖은 나에게 저곳은 지옥에 가까울지도...저 사람들은 도시의 단물에 안 빠져봤으니 저리 살 수 있을 것이야....생각했더랬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근대 민족 국가의 최고 세뇌 도구인 공교육을 십년이나 받았던 사람들이고 (러시아는 이미 30년대부터 툰드라 사람들의 의무교육을 실시해왔다.) 선택의 기로에서 툰드라를 선택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18살 청년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의무교육을 마치고 귀향해서 살고 있는 젊은이였다. "도시의 삶은 편리하지만 허무하죠. 저는 어릴 때 부터 순록과 함께 커 왔어요. 그곳에 순록과 같은 자연은 없습니다."
2.
표샘한테 애교부린다고 은하한테 징징거리다가 은하가 내 말을 잘 못알아듣는 것 같자. 무식한 거 아니냐고 핀잔을 주었다. 은하는 상처를 받았다. 나는 개새끼다. 정말 개새끼다. 옳고 바른 것 말만하고 머리로만 알고 있으면 뭐하나. 그 알량한 마음...내 옹졸한 마음 좀 뒤틀린다고 더러운 말을 내뱉었다. 정말 다시는 그 딴 개소리 입에 담지 말자. 쓰레기 강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