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은 느와르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야기 구조는 거의 완벽한 느와르.

과거 느와르의 주인공들이 형사나 보험회사 직원이었다면

여기는 정신과의사라는 것이 참신한 점.

정신과 의사인 뱅크에게 진료를 받던 

에밀리가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몽유병 상태에서 남편을 살해하고 기소된다.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뱅크의 삶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사건에 매달릴수록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뱅크의 삶을 무너뜨린 사건의 진실에 좀 더 호소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잭 니콜슨이 출연했던 차이나타운은 관객 입장에서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됐을 때

거대한 소용돌이에 인물들이 휩쓸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그만큼 그 사건의 실체가 비극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건의 실체란 것이 허탈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그럼에도 간단한 소품이나 주변 인물의 시선컷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연출은 일품.

자연스레 메모해놓고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