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에서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들이 나온 걸 보고는
마음이 동해 아마존의 눈물을 차례로 보고 있는 중이다.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로 회차가 나눠져 있는 것 같은데
2부 <사라지는 낙원>편을 보면서는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절제의 고삐를 풀어헤쳐버린, 그래서 우리 모두와 우리의 터전까지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고가고 있는 미친 망아지의 등에 올라탄 현대의 도시문명에게
서서히 숨통이 조여지고 있는 부족들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롭고 먹먹하기 때문이다.

비담 김남길이 읊는 나레이션에서는
'원시'와 '문명'이라는 단어로 각각의 문명을 지칭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존 인디오들의 삶의 양식을 문명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내게 나레이션을 쓰라고 했다면
(욕망에 대해) '절제'하는 문명과 '폭주'하는 문명으로 각각을 지칭했을 것이다.
 




 




지하철 계단에서 동냥하는 아저씨를 봤다.
너무 추운 날이라 양말에 신발까지 신은
내 발도 파랗게 시린 날이었는데
그 아저씨는 맨발이었다.

두 발을 꼭 붙이고는 앞뒤로 덜덜 떨면서
한 푼 두 푼 받았을 동전들을 계단위에
펼쳐놓고 하나씩 세고 있었다.

그 검고 거칠며 퉁퉁 부은 발은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 떨고 있었다.

다음 날.
아저씨는 역시나 맨발로 그 장소에 계셨다.
첫날은 동동거리는 발만 보였는데
둘째날은 아저씨 엉덩이 밑에 깔려있는 신발이 보였다.
발목에 누런 털장식이 달린 그 신발.

말할 것도 없이
둘째날의 맨발이 훨씬 더 서글펐다.

 

티비에서 하길래 다시 봤다.
보면서 눈에 밟히는 단점들을 짚어본다.

1.
장도리 씬에서 어깨들의 어설픈 액션은 옥의 티다.
부러진 각목들을 오대수가 아니라 벽에다 집어던진다든가
연장을 휘둘러 벽에 붙은 소화전을 꽝 소리나게 내리치는 모습은
프로레슬링을 떠올리게 한다. 펀치를 하는 동시에 발을 구르는 것마냥.
감독은 편집실에서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필시 촬영 때 원하는 만큼 테이크를 못 갔을 것이다.
어려운 롱테이크.

2.
펜트하우스에서 미쳐날뛰는 오대수와 실랑이를 벌이다
귀를 뚫린 한실장은 그만하라는 유지태의 말을 듣지못해
머리에 총알이 박힌다. 이 때 유지태는 자기 얼굴에 튄
한실장의 피를 닦다가 하얀 와이셔츠 소매 자락을 신경질적으로
살펴보는데...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제일 싫었다.
'냉혹한 사이코패스'의 클리쉐라 할 만한 이 진부한 설정은
단지 스타일에 머문다. 이 후에 오대수가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난리 부르스를 칠 때 유지태는 한 번도 자기 옷에 신경쓰지 않았다.

3.
한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만화적인 점프컷.
헤어진 애인을 다시 보는 기분.


#.
성형전의 강혜정 얼굴은 너무 섹시하다.




1.
'걸어도 걸어도'를 다시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보고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롭게 눈에 들었다.

소년(난 참 이름에 관심이 없다)은 아버지가 없다. 새아빠는 이름을 부를 뿐 아빠라는
호칭은 쓰지 않는다. 소년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새아빠와의 대화에서 처음 드러난다.
새아빠=료짱은 소년에게 묻는다. 학교에서 토끼가 죽었는데 웃었다고 하더라, 왜 그랬니?
소년은 친구가 모두 토끼에게 편지를 쓰자고 하는게 웃겼다고 대답한다. 읽을 사람이
없는데 왜 쓰냐는 거다. 소년에게 죽음은 그냥 사라지는 것, 없어지는 것이었다.

소년은 료짱의 아버지, 즉 의붓 할아버지의 진찰실을 구경하다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
게 된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피아노 조율사가 될 거라고 답한다. 이유를 묻는 할아버지에게
음악 선생님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소년에게 할아버지는 의사도 좋은 직업이라고 은근히
세뇌교육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의 끝 부분에서 소년이 음악 선생님을 팔아 둘러댄
이유가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된다. 소년이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죽은
아버지의 직업이었기 때문이고 이는 자신의 직업(의사)을 물려받지 않는 아들에 대한 섭섭함을
지닌 할아버지의 마음에 은은하게 전달된다.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소년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버지를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통로가 된다. 죽은 아버지는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소년의 안에 있다. 료짱도 서서히 소년에게 들어갈 것이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소년은 달밤에 마당에 나가 독백한다.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의사가 되고 싶다. 

할아버지의 세뇌교육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2.
'영화구조의 미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분리병치, 점진노출을 위한 자잘한 컷 구성에 혹했다가
이 영화를 보고는 다시 본래 취향으로 회귀했다.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점은 같은 앵글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관객에게 공간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실제 공간 중 촬영에 적합한
최소한만을 카메라에 노출시키면서 입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영화 속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사랑스러운 점은 주변부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버리지 않는 넓은 아량의 숏들이다. 바로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 그러한 예이다.
료짱과 그의 부인이 역전 식당에서 대화하는 장면. 그들 뒷편의
식당 창문 너머로 역전의 바쁜 움직임이 보여진다.

엄마, 료짱, 부인, 소년이 성묘를 하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저 멀리 후경에 기차가 등장하여 가로로 길게 움직인다.

료짱과 아버지가 일, 결혼 문제로 
날카롭게 대치하는 거실 장면 후경에는 철없는 매형과 조카들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영화 본연의 매력 포인트 되겠다.

3.
극장에서 봤을 때는 여자들이 료짱의 어릴적 사진과 의사가 되겠다는 일기 같은 걸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본 버전에는 그 부분이 빠져있었다. DVD를 체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