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도살장

"그렇게 가는 거지(So it goes)"


1.
네, 우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있네요.

2.
수용소에서 나와 맞닥뜨리게 되는 아수라장의 도시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두근거리며 봤는데 밋밋하고 무난하고 영 재미없었다. 그리고 툭하면 허옇고 거뭇하고...백색증이고, 눈 멀었다고 컨셉 그렇게 잡을 거면 뭐하러 영화로 만들었을까. 그냥 라디오 드라마 하지.
 



바다 같은 영화다. 많은 걸 품고 있다.

이동진의 리뷰를 보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이 '남겨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는 말에 무릎을 탁 쳤다. 남편을 사별한 <환상의 빛>의 여주인공과 <걸어도...>의 여주인공(?)을 설피 엮어서 <걸어도..>가 <환상..>의 후일담 중 일부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게 실은 감독의 전작을 꿰뚫는 굵은 주제의 한 파편이었던 것이다.   

아들을 죽게 한 젊은이를 제사 때마다 불러 고통스럽게 만드는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한다는 어머니의 섬뜩한 얼굴에 우리는 이 영화의 방점이 찍혀있음을 안다. 어머니는 뜨개질을 하면서 스모선수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우스꽝스런 표정을 잔뜩 지은 바로 직후에 저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어머니의 옆 얼굴 숏에서 조명은 의도적으로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잔뜩 묻혀놨다. 조명과 직전의 우스꽝스런 분위기가 섬뜩함을 배가시킨다. 

기타노 다케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딴거 누구 보는 사람만 없으면 어디 갖다 버리고 싶다고..." 그게 '가족' 이다. 어쩔 수 없고 어쩔 수 없고 또 어쩔 수 없는 것들로 짓뭉개져 이제 도려내는 수밖에 거기서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러니 섭섭해 하지 마세요, 섭섭해 하지 말게나. 이 말 밖엔 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좋은 것 보다는 싫은 것에 대한 이유가 명백하다.

데뷔작 <세븐>의 명성을 천년만년 우려먹을 생각인지.. <더 게임>은 <세븐>이후 점점 실망만 시키는 핀처 영화 중에서도 최악이다. 부잔데 마음은 얼음장 같은 진부한 중년 남자(마이클 더글라스) 하나 속이려고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반전, 반전, 반전을 보여주는게 영화의 전부다. 게다가 그 대규모 돈지랄의 동기가 써프라이즈 생일 축하 파티라니...부르주아 한량들의 놀이는 이런 식으로까지 퇴행하게 될까. 배가 부를까봐 음식을 씹기만 하고 뱉었다는 로마 귀족들이 연상됐다.

여자 주인공은 처음 나왔을 땐 정말 안 이뻐서 설마...설마...제가 주인공? 이러다가 계속 보니 매력이 있는 듯 없는 듯 애매모호하게 어필할 듯 하다가 영화가 개판이라 그대로 묻힘.

그리고 숀팬을 이렇게 소모시키는 건 죄값을 좀 치뤄야 할 것 같다. 


 

p.14  그러나 예수는 살아생전 랍비, 혹은 기껏해야 예언자로 여겨졌을 뿐이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신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그가 죽고 무려 300여 년이 지나서다.

p.187  사람은 대개 오른손잡이다. 오른손은 '바른손'이며 고대사회에선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뺨을 때린다는 건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뺨을 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오른뺨을 때리면"이라고 했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으로 때렸다는 말이다. 손등으로 뺨을 때리는 행위는 당시 유다 사회에서 하찮은 상대를 모욕할 때 사용돼곤 했다. 그렇게 모욕당한 사람에게 예수는 '왼뺨도 갖다 대라'고 말한다. '나는 너와 다름없는 존엄한 인간이다. 자, 다시 제대로 때려라' 하고 조용히 외치라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순응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단호하게 저항하라, 불복종을 선언하라는 것이다.

p.248  우리는 정치적 혁명성이 '주장'되는 게 아니라 지배체제에 의해 '증명'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