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라도 하나 해서 내 하루를 정당화 하고자 합니ㄷ앙

시점숏이 촬영 컨셉이었던 것 같다. 두 인물은 영화 내내 서로를 말없이 바라본다. 여자는 귀가 들리지 않고 남자는 두 팔이 없다. 서로에게 말을 건넬 수도 손을 뻗어 닿을 수도 없는 그들에게 유일한 소통의 몸짓이 '본다'는 행위임은 명백하다. 보통의 앵글에 익숙한 관객은 자꾸 숏의 끝에 가서야 방금 화면이 시점숏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지속적인 깨달음이 인물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강제력이 된다. 

마법같은 장면: 남자는 두 발로 종종 기타를 연주하곤 한다. 집 앞 풀밭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남자. 그런데 사운드가 완전 묵음이다. 처음엔 영사사고인줄 알았다. 그동안에도 한번씩 사운드가 툭툭 끊겼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고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 순간 기타 연주를 멈춘 남자의 발이 귓가로 올라가더니 커다란 휴지 뭉치를 귓속에서 꺼낸다. 그리곤 서서히 앰비언스가 극장안을 울렸다!! 남자가 화면을 바라본다. 지금 본 이 화면도 역시 여자의 시점숏이었다. 다음 컷엔 여자가 물동이를 들고 수줍게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남자의 시점숏. 

장률감독 특별전이라고 가서 본 영환데 유일하게 그가 연출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의 데뷔작이며 모든 스텝이 조선족인 최초의 옌벤 영화라고 한다. 장률 감독은 제작에 참여했다.
 
 

  
20기 수료작 <데칼코마니>를 보고

현실과 영화적 리얼리티의 간극에 대해 재차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현실과 다른 영화 속 설정이 극중에서 그럴 듯 하게 여겨지고 심지어 그것 때문에 영화에 현실성이 부여된다면...... 바로 그 순간 영화는 거짓말로써 영화적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된다. 영화적 리얼리티란 결국 현실이 아니라 개연성에서 온다.